[두재균 의학칼럼] 미래식량 귀뚜라미 곤충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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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1-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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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란 군산시 대야면에는 논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노란 벼 이삭들이 익어서 고개를 숙일 때가 되면, 메뚜기 잡으러 퍽이나 돌아 다녔습니다. 잡은 메뚜기는 큰 정종 대두병에 담기도 하고 이런 병이 없으면 피 줄기를 길게 뽑아서 고기 아가미 엮듯이 꿰어서 들고 다녔습니다. 메뚜기는 이리 저리 잘도 튀어서 잡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잡는 재미를 더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잡고자 하는 의욕이 너무 넘치다 보면 다 자란 벼이삭들을 자빠트려서 논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논 주인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메뚜기 잡기가 끝이 나면 잡은 메뚜기를 집에 가지고 와서 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무친 후 연탄불에 볶아 먹었던 기억은 지금도 그 고소한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전주 모 식당에서 그때 그 맛을 수십 년 만에 경험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메뚜기가 아니고 귀뚜라미였습니다. 그 크기는 메뚜기 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그 맛은 메뚜기 못지않게 고소하고 찰진 아주 맛있는 맛이었습니다. 이 식용 귀뚜라미를 가지고 와서는 그 식당 주방에 부탁하여서 맛보게 해준 사람은 현재 완주군에서 청정 환경의 귀뚜라미 농장을 만들어서 이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기술을 개발한 이삼구 박사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국제연합(UN) 보고서를 바탕으로 앞으로 인류를 구할 식량은 곤충이 될 것이라고 역설 하였습니다.
국제연합(UN)은 곤충을 미래 식량으로 주목하고 소, 돼지, 닭 같은 가축보다 농장에서 대량으로 사육된 곤충이 오히려 더 이로운 단백질 원으로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 놓은 바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곤충들은 생산성 면에서 볼 때 훨씬 경제적이고 친 환경적이어서 앞으로 곤충을 식품으로 개발하는데 있어서 모든 국가가 나서줄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그 근거로서 소고기는 1kg을 생산하는데 10kg의 먹이가 필요 한데 비해서 귀뚜라미는 1.7kg의 먹이만 필요하고 소와 양 등의 동물을 키우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도 귀뚜라미는 이들의 1%밖에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 물 소비량도 극히 적어서 오폐수 문제도 해결하고 이들의 배설물은 친환경 유기질 비료로서도 더 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것입니다.그래서 우리나라 정부도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서 식용곤충을 이용한 식품산업과 곤충산업을 핵심규제개혁 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곤충을 먹는다는 사실에 대한 식품 혐오감이라는 국민적 정서가 가장 큰 큰 장애물일 것입니다. 왠지 징그럽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곤충을 먹어왔습니다. 지금은 길거리에서 “뻔” “뻔” 하면서 외치고 다녔던 뻔데기 장사를 잘 볼 수는 없지만 종이 깔때기 속에 들어 있던 뻔데기를 아무런 저항 없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뻔데기는 이제는 막걸리 집에 가면 빠지지 않는 고정 메뉴입니다. 아울러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고 누에를 가루로 만들어서 먹는 것은 보편화 된지 이미 오래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반려동물로 개를 키우는 것과 보신탕을 즐겨먹는 식 문화를 보면서 식품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결국 인식의 차이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귀뚜라미를 재료로 한 과자, 통조림 등이 상품화 되어서 잘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귀뚜라미는 고단백질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식용 귀뚜라미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메뚜라미” 우리가 즐겨 먹던 메뚜기와 귀뚜라미의 합성어입니다. 이제 머지않아서 이 메뚜라미를 다양한 형태의 식품으로 가공하여서 전주 한옥마을에서도 맛 볼 수 있는 기회도 만들겠다고 이삼구 박사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 미래식량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올 메뚜라미가 기대됩니다.
/전주 소피아여성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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