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재균 의학칼럼] 보톡스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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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1-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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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BOTOX)는 정식 명칭이 보틀리눔 톡신(Botulinum Toxin)이라고 하는 독성 물질을 가지고 미국의 엘러간(Allergan)사에서 만든 의약품의 상품명입니다. 하지만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러한 독성 물질을 가지고 만든 것에는 모두 보톡스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레인코트의 대명사로 바바리(영국의 Burberry), 썬 글라라스의 대명사로 라이방(스위스의 Ray Ban)이 된 거나 같습니다. 즉, 어떤 종류의 상품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때 그 계통의 다른 브랜드 상품마저 모두 다 대표적인 상품명이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톡스는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독성 물질 중에서는 가장 강한 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독성이 너무 강해서 나노(NANO; 1/10억)단위로 표시되며 겨우 1ml만 가지고도 수천 명을 죽일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독소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세균이 만들어 내는 독소입니다. 이 독소는 통조림처럼 산소가 존재하지 않는 진공과 밀폐된 포장 용기 속에 들어있는 고기 등을 이 세균이 부패시키면서 생성됩니다. 말 그대로 고기가 썩으면서 부패할 때 증식하는 세균에 의해서 만들어진 독이라 하여서 중국에서는 육독(肉毒)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일명 통조림 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서양에서는 보툴리눔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소시지(보툴루누스, botulunus)에서 나왔고 역시 소시지가 썩으면서 나오는 독인 보툴리눔이라고 명명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처럼 맹독성을 가진 물질을 의학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이 보톡스는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약 2개월에서 6개월 정도 일시적으로 신경을 마비 시켜서 근육이 수축하지 못하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과도하게 긴장되어서 사시를 일으키고 있는 안구운동을 조절하는 근육에 극미량을 주사하여 사시(사팔뜨기)를 치료하고자 1970년대에 처음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와서 눈꺼풀이 파르르하게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눈꺼풀 경련이나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되는 신경근육질병의 일종인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사경(斜頸) 치료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다가 그 효과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어서 1989년에 미식품의약품 안전청(FDA)으로부터 의약품으로 정식 허가되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얼굴이나 목 등의 주름살 제거에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따라서 현대에 와서는 이 보톡스가 과거처럼 사시나 사경 등과 같은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 전체 소모량에 비하면 새발의 피(새의 가느다란 발에서 나오는 피라는 뜻으로, 아주 하찮은 일이나 극히 적은 분량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해당합니다. 그 대부분은 미용 성형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그 사용영역을 넓혀서 겨드랑이나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나오는 다한증과 편두통이나 만성적인 통증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된다는 원리를 이용하여서 2001년도부터는 사각턱을 갸름하게 하게 하거나 알통이 박혀서 밉게 보이는 종아리를 날씬하게 만들어주는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류는 계속해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하여서 이 보톡스의 사용영역을 넓혀나갈 것입니다.
과거에 부패한 통조림을 섭취한 후 사망에 이르게 하였던 맹독성의 물질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유용하게 널리 쓰일 줄은 그 어느 누구도 몰랐을 것입니다. 한편, 이러한 독을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한 연구자의 노고에 치하를 보냅니다. 그래서 모 통신사의 영상광고 문안이 생각납니다. “이상한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이상하자!” 창의성은 호기심과 엉뚱하고 이상한 생각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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