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재균 의학칼럼] 처녀막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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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1-01-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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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진찰을 하다가 처녀막이 파열되었다면 배상을 해야 할까요?
얼마 전 ‘자궁경부암 진단 도중 처녀막이 파열되었다고 하여도 통상적인 방법으로 검사가 진행 되었다면 피해 가능성을 미리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의무 위반이 아니어서 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하여 1심과 2심 재판부마다 판결이 달라서 과연 최종적인 결론이 어떻게 나올까 하고 산부인과 의사들도 궁금해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 법적 논란은 없을 것으로 생각 되어 집니다. 그러나 몇 가지 부분에서 여운은 남습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2009년 A씨는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자궁경부암 암세포 검사를 받은 후 하복부 통증이 생기자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은 결과 처녀막의 일부가 파열되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A씨는 본인이 고이 간직해온 처녀막을 의사의 과실로 인하여 파열되었다면서 암 검사를 시행한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을 맡은 1심은 “자궁경부암 검사는 통상의료 도구를 삽입하는 방법에 의해 시행하고 있어 의사의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 반면에 2심(항소심)은 “의사는 삽입 검사로 인해 손상 또는 파열될 위험이 있음을 환자에게 미리 설명을 했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A씨가 모 대학병원과 산부인과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처녀막은 신축성이 있어 의료도구를 삽입해도 반드시 파열되거나 손상되는 것은 아니어서 검사 전에 파열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처녀막을 마치 귀의 고막처럼 얇은 막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닙니다. 처녀막은 질 입구를 중심으로 해서 주변에 불규칙한 형태의 결체조직이 발달하여서 둥그런 형태로 마치 문턱처럼 부분적으로 질 입구를 막고 있는 막을 말 합니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보면 처녀막의 기능은 외부로부터 나쁜 세균이 침입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통념은 처녀막을 처녀인가 아닌가를 구별하는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처녀막은 자전거타기, 승마, 자위행위 등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파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날밤 성교 후 출혈이 없다고 해서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본다면 정말 억울한 사람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처녀인가 아닌가는 오직 그녀만이 알 것이니까요.
아주 흔한 일은 아니지만 소피아 여성의원에 처녀막 복원 수술에 대한 문의가 오기도하고 수술도 해 줍니다. 하지만 소피아만의 원칙이 있습니다. 단순 처녀막 복원 수술만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대신 개인 신상에 대한 비밀 유지는 기본이고 지난 과거를 물을 수는 없지만 새로운 배우자에 대한 순결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정표로서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이에 대한 심리치료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수술을 해드리는 것입니다. 처녀막 복원 수술은 정교하기는 하지만 매우 간단한 수술입니다. 따라서 처녀막 파열이 성적 접촉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고 단순한 진찰에 의하여 일어났는데 이를 처녀성과 연결시킨다는 것 자체는 넌 센스입니다. 만일 자전거를 타다가 처녀막이 파열되었다면 그분은 처녀가 아닌가요? 처녀막은 순결의 의미일 뿐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 대법원 판결도 여기에 무게를 두지 않았나 합니다. 하지만 판결은 그렇게 나왔어도 한편 환자 입장에서만 보면 억울하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저도 꼼꼼한 문진을 통하여 성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을 가려내고 이 분들에 대한 진찰은 처녀막 파열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항문을 통한 내진과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의사들도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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