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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 의견일 뿐만 아니라 자타가 공인할 만큼 대한민국은 의료전달 체계 분야에 있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중의 하나입니다. 그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금년 초 캐나다로 시집간 제 조카로부터 며칠 전 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임신한 것 같은데 피가 비쳐요. 어떻게 해요?” 라고요. 당연히 저는 현지에 있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 보라고 했지요. 그런데 병원을 다녀 온 뒤의 전화내용은 기가 막혔습니다. 그곳의 의료전달체계상 일차적으로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닌 동네 패밀리닥터에게 가서 아주 느리고 복잡한 진료와 초음파 검사를 받고는 정말 애매한 진료 소견을 듣고 나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해서 약 25만원의 진료비를 지불하였다고 합니다.(이러한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가서 초음파 검사 및 진료비 포함 6만원 내외의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가 가능합니다) 그리고는 이제 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의뢰 할 것이며 수술이나 처치를 받을 경우에는 아마도 수백만 원의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당황한 제 조카는 그길로 바로 공항으로 달려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는 전주에 있는 산부인과(비록 동네에 있지만 아주 유능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는)에서 정확한 진단과 설명 그리고 마무리 수술을 잘 받음으로서 이 건은 종결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나라 산부인과의원에 지불한 금액은 불과 십여만 원이었습니다. 아마도 캐나다나 미국 같았으면 수백만 원의 진료비가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들이 제 조카의 경우처럼 산부인과에만 국한된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진료과목 영역이 다 비슷할 것입니다. 즉 우수한 의료진에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으면서 값도 저렴한 진료비가 주는 행복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왜 그들은 그렇게 비싼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이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진료가 가능할까요? 여기에는 우리나라만의 국가가 주도하는 국민 건강보험을 포함한 독특한 의료전달 체계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의료 전달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첫째는 미국과 같은 시스템으로 철저한 자본주의 체제하에 고착된 시스템이고 둘째는 북한처럼 공산주의 체제하에 국가가 의료를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모두 책임진다는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시스템이 정말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체제하에서의 의료인은 직업 분류상 하위급이며 따라서 우수한 두뇌들이 선택하지 않는 직업입니다. 반대로 미국과 같은 나라의 시스템은 의사들이 아주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며 따라서 아주 우수한 두뇌 집단들이 선호하는 직업입니다. 즉 우수한 의료진에게 진료 받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비싼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고 국가가 무료로 제공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는 일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요?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못지않게 정말 우수한 인력들이 가는 대학이 의과대학이고 이들이 고도로 훈련을 받은 후 환자 진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 경제적 보장성 또한 함께 존재하면서 국민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초창기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제도가 도입 될 때에 미국처럼 사 보험제도와 같은 민에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직접 주도하면서 소비자인 환자와 공급자인 의사들로 하여금 직거래를 하도록 하고 중간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 제도의 정착이 결정적이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만의 이러한 시스템이 잘 유지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전주 소피아여성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