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재균 의학칼럼] 대학병원 교수에서 개원 의사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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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1-01-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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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교수와 개인병원 의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방침인 원격진료를 비롯하여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 한다고 하면서 데모를 합니다. 이에 대하여 개원의들과 대학병원에 있는 전공의들은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인 반면 왜 똑같은 회원인 의과대학 교수들은 별반 반응이 없는 걸까요? 이는 아마도 본인들이 처한 환경에 의해서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남의 동네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인간은 모든 것에 대하여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행동합니다. 저도 대학에 근무할 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대학이라는 커다란 우산과 높고 튼튼한 울타리가 그들을 잘 지켜주고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저보고 뭐라고 말 할 분들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아쉬울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수의 입장입니다. 학자로서 인정도 받고 명성도 있으면서 금전적인 대우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저도 막상 개원이라는 것을 해보니 대학에 있으면서 개원 가를 바라보았던 저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했었나 하는 생각을 이제야 합니다. 지난주 서울에 가서 최근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한 꽤 명망있는 산부인과 교수 출신 의사를 만났는데 그분이 저 한테 이러한 말을 하였습니다. “아, 글쎄 막상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 할 게 없어요.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고 연구도 좀 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라는 데가 없네요” 대학이라는 울타리가 갑자기 걷히고 나니 망망 대해에 내 던져진 느낌이 든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대학교수 같으면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활은 가능한 매달 나오는 연금 가지고 살면서 은퇴했으니까 그동안 못해본 여행도 다니고 등산도 하고 그럴텐데 의과대학 교수는 그놈(?)의 의사 면허증이 있으니 버릴 수도 없는데다가 평생 하던 일이 환자 진료니 이 역시 그만둘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만 65세의 나이에 개업을 할 만한 용기도 안 나고 그동안 남을 대접하기 보다는 주로 대접받고 살아온 가락이 있어서 사회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몇 달은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출근 안 해도 되고 논문 안 써도 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안 만나도 되니 참으로 신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놀고 쉬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한 2개월 정도가 되면 노는 것도 지겨워 질 것입니다. 또한 그 비싼 의사 면허증에 전문의 자격증에다가 대학교수라는 화려한 이력 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집에서 놀고 있다는 것이 마누라한테 눈치 보이는 일입니다. 그러니 은근히 마누라가 싸인을 보냅니다. 어디 일 할 곳을 찾아보라구요. 봉급 많아 준다는데 왜 당신은 그러고 있냐구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오라는 데가 없다는 것입니다. 왜 오라는 데가 없을까요? 그 이유는 딱 2가지입니다. 하나는 대학교수 하면서 공부도 연구도 안하고 그냥 대학교수라는 직함 속에서 편하게 살아서 그 어느 누구도 모셔다가 간판으로 세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연구도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후배들과 제자들을 너무 힘들게 해서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 되는 경우입니다. 많은 제자들 입장에서 보면 전공의 시절에 그렇게 혼이 났는데 이제 와서 그렇게 힘들게 했던 분을 아무리 은사님이라고 해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바로 답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정년퇴직을 얼마 안남은 상태에서 미리 서로 모셔 가겠다고 예약을 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잘해야 하고 있을 때 도와주어야 하며 연구와 교육도 잘 해야겠지만 제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르칠 때 정년퇴직 이후의 또 다른 삶이 풍요로워 지는 비결입니다. /소피아여성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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